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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이 참 좋다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인 작가인 메리 파이퍼가 건네는 긍정과 회복, 균형에 관한 눈부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매일 새로 만나는 생의 찬란함에 관하여 나는 내 인생이 참 좋다. 우리에게 이야기가 없다면 자아도 없다. 상실과 슬픔의 이야기밖에 없다면 불행하다. 하지만 치유하는 이야기를 짓는 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조금만 안내를 받으면 대부분은 탄력적이고, 연결되고, 빛이 가득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줄거리, 느낀 점을 적어본다.

저자 메리 파이퍼는 누구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오자크에서 태어나 네브래스카에서 자랐다.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고 네브래스카대학요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여성과 트라우마 그리고 한 사회의 문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다뤘으며 같은 세대 독자에게 문화치료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네브래스카대학교에서 여성심리학, 성 역할 젠더에 관해 가르쳤다. <내 딸이 여자가 될 때>가 154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의 의료 전문가, 학생, 공동체를 대상으로 강연 활동을 했고, 그 밖에 <또 다른 나라>,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특히 최근작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는 70세에 쓴 책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와 더불어 인생 후반에 닿아서야 발견할 수 있는 기쁨과 희열을 통찰력 있게 전달하며 다시 한번 큰 호응을 얻었다.

책의 줄거리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상실을 겪는다. 유치원생도 한 해가 끝나면 사랑하는 선생님과 작별해야 한다. 반려동물도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돌아가신다. 그리고 우리는 날마다 어제의 세상을 잃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감과 상실감이 커지긴 했지만 이런 감정은 사실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피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모든 이와 어떻게든 작별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 마음속에서 빛을 찾고 그 초월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얻는다. 고통 속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실을 마주하면 균형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경이로움을 경험할지를 배울 수 있다. 인생에는 이런 셈법이 작용한다.
어머니가 없던 그해는 그늘로 가득했지만 빛은 마음씨 고운 선생님의 모습으로, 뽕나무 잎 사이로 아른거리는 햇빛 속에 앉아 있던 차분하고 한결같은 사촌 스티브의 모습으로, 그레이스 고모네 부엌의 노란빛 식사 공간의 형태로, 클래시 할머니의 너그럽고 넉넉한 사랑으로 찾아왔다. 그해에 나는 살아남는 요령 하나를 배웠다. 언제나 빛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젊은이들이 내게 행복한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면 늘 이렇게 대답한다.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세요. 나는 평생에 걸쳐 많은 친구를 꾸준히 사귀었다. 그 친구들은 나를 지탱해 주고, 내게 기쁨을 주며, 나를 정의해 줬다. 그래도 내 삶이 바뀐 건 아홉 살 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단짝 친구가 생기면서부터였다. 나는 농담을 하고 까불며 약간 버릇없이 구는 법까지 배웠다. 이상한 가족의 의사 딸이라는 정체성은 여전했지만 새로운 정체성이 더해졌다. 나는 친구가 있는 소녀였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보살펴주고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에서 큰 도움을 받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가 곁에 있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어른은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날 밤, 계시와 환희의 순간을 저장하는 기술을 스스로 익혔다. 햇빛만큼이나 그늘로 가득한 세상에서 유용한 기술이다.
자신이 부모님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볼 수 있다면 집을 떠날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다른 점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 때 떠날 준비가 훨씬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때는 내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관계가 부모님과의 관계였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막상 성인 자녀의 부모가 되어보니 똑같이 복잡했다. 죄책감과 기쁨, 애착과 상실, 두려움과 사랑이 뒤섞여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한 나날의 추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상화된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맑아졌다. 물론 짐과 나 사이에 다툼도 있었고 아이들이 늘 우리와 혹은 서로 사이좋게 지낸 것만도 아니었다. 우리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말한 총체적 재앙이었다. 하지만 추억은 우리가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큰 선물을 준다. 글쓰기는 내 삶에 새로운 종류의 빛을 가져왔다. 삶을 두 번 사는 빛이었다. 한 번은 실시간으로, 다른 한 번은 되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그런 두 번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집에서 조용히 지내면서도 지적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작은 즐거움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나는 이 순간을 알아차려라 라는 주문을 외웠다. 눈 오는 날 난롯가에서 책을 읽는 순간이나 라디오에서 레너드 코헨의 노래를 듣는 순간, 페이스타임으로 영상 통화를 하며 손자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디에나 구급차와 헬리콥터의 불빛이 있었지만 내게는 다른 종류의 빛을 찾아낼 방법이 있었다.
재회는 만남과 이별을 모두 품은 경험이다. 나는 가족을 기쁘게 맞이하면서도 우리가 곧 헤어지리란 걸 인식한다. 우리말에는 아름다운 단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수용이다. 빛을 찾는다는 것은 어둠을 부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감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대로 내버려 둔다.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혼란스럽거나, 절망감이 들어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둔다. 그게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계속 고통스러운 상태로 있으려 해도 언젠가는 고통이 지나가리라는 사실도 안다. 그 밖의 거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고통도 영원하지 않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실로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 납득하기 힘든 일을 거친 사람은 스스로에게 거듭 묻는다. 그 사건을, 그 시기를 내 안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끝내 털끝만큼도 긍정적인 측면이나 의미를 발견해내지 못하면 그대로 침잠하거나 터널 속에 영영 갇혀버리기 쉽지만 아주 작더라도 좋았던 기억이나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일 등을 찾아내면 천천히 빛 쪽으로 발을 뗄 수 있다.
이 책에는 글자 그대로의 빛과 은유적인 빛을 아우르는 경험이 담겨 있다. 나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내담자가 초월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빛나는 삶의 여정을 이어가도록 도왔다. 이젠 독자를 위해 그렇게 하고 싶다.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 빛의 이미지와 의미가 넘실대는 책은 읽는 이를 자연스레 빛 쪽으로 이끈다.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면 어렸을 때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인생의 흐름이 보이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게 된다. 끝내 실마리를 풀 수 없다가 뒤늦게야 온전히 정리되는 마음도 있다. 일흔을 훌쩍 넘은 저자가 심리치료사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전적 에세이의 외피를 빌려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리 파이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기 안에 차곡차곡 들어찬 이야기를 빛으로 걸러내 들려준다. 아주 오래전 일은 물론이고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불안과 외로움에 침식되는 진솔한 순간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끝 모를 터널 속에서도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빛 쪽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절망 속에도 언제나 빛은 있으니 좌절을 곱씹지 말 것이며, 좋은 친구를 늘 곁에 가까이 두고, 추억을 만들고 때때로 음미할 것 그리고 글쓰기로 두 번의 삶을 살고 지금 여기에서 작은 즐거움을 만끽할 것. 메리 파이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빛을 움켜쥐고 빛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삶의 태도와 기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상실과 슬픔의 이야기밖에 없다면 불행하다. 하지만 치유하는 이야기를 짓는 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자신의 인생 서사를 어떻게 채색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치유하는 이야기로 자기 삶이 정리될 때야 비로소 나는 내 인생이 참 좋다고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덧없기에 더욱더 소중하고 찬란하다. 강물처럼 시대와 세대는 흘러가고, 그렇기에 절실하게 소중한 오늘 모든 것은 지나간다. 어둠과 마찬가지로 빛 또한 영원하지 않다. 빛과 함께 무상함 은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단어다. 지당한 말이다. 가족도, 친구도, 건강도, 성취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의 슬픔이나 기쁨이 영원할 것처럼 군다. 책은 변치 않고 그대로 머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오히려 오늘을 축복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다정스레 말한다. 인생의 세부사항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할머니, 어머니, 메리 파이퍼 본인 그리고 딸까지 이어지는 연대기는 그 애틋함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어느 위치건 우리 모두가 그 연장선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이상한 가족 안에서 자라나고 가족을 떠나 자기 세상을 구축하고, 성취하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비슷한 인생 경로를 지난다.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시간 앞에서 한때 당연했던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언제까지나 함께일 것만 같던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때를 맞이한다. 책은 그러한 상실과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꽉 움켜쥔 것을 놓아주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면 더하고 뺄 것 없는 지복의 빛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무상하기에 허무한 것이 아니라, 무상하기에 오늘을 더욱 감사히 향유할 수 있다고. 무상함을 마음에 품고 있을 때에야말로 어제 잃어버린 것에 발목 잡히거나 내일을 앞당겨 걱정하지 않고 오늘 내게 깃든 빛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메리 파이퍼의 말처럼 평생에 걸쳐 현재를 살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면 지극한 행복을 더 자주 경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빛이 한가득 깃든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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